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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어리딩 눈요깃거리 아니죠… 세계치어리딩선수권 힙합더블 부문 우승 김보라·김혜림씨 / 국민일보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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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2,696회 작성일 18-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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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11-10-19 15:3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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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라고? 뭘 하겠다고?”

무용을 전공한 김보라(27·서울기독대), 김혜림(25·서경대)씨가 치어리딩을 하겠다고 말했을 때 지도교수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남자들 눈요깃거리 제공하는 ‘천박한’ 운동쯤으로 생각하던 걸 배우겠다는 제자들이 못마땅했을 게 틀림없다. 그래도 이들은 했다. 기술도 필요하고 교육적 효과도 큰 운동이라 생각하면서, 국내에 이를 알리겠다는 포부도 품으면서 도전이 시작됐다.

지난 5월 미국 올랜도 디즈니월드에서 끝난 2011세계치어리딩선수권대회에서 두 사람은 ‘힙합더블’ 부문에 출전해 호주와 대만 선수들을 물리치고 우승을 차지했다. 한국이 치어리딩에서 금메달을 따기는 처음이다.

치어리딩은 경기장에서 노래와 율동으로 선수들의 사기를 북돋는 응원이다. 미국을 중심으로 각급 학교에서 생활체육으로 활성화됐다. 이제는 체조처럼 안무와 난이도, 예술점수 등을 따지는 경기로 자리 잡았다. 이번 세계선수권대회에는 미국 캐나다 등 치어리딩 강국 외에 우간다 잠비아 같은 아프리카 국가까지 91개국이 참가했다. 우리나라는 2009년부터 선수들을 보냈다.

두 사람이 참가한 힙합더블은 2인1조로 펼치는 댄스 치어리딩. 힙합음악에 맞춰 춤을 추며 기량을 겨룬다. 경기장에서 응원용 술을 흔드는 것과는 전혀 다른, 차라리 비보이 공연에 가까운 종목이다. 보라씨는 “치어리딩은 크게 스턴트와 댄스 종목으로 나뉜다. 스턴트는 여자 선수를 남자가 무동 태워 탑을 쌓고 던지고 하는 그런 종목이고, 댄스는 그야말로 춤 실력으로 기량을 겨룬다. 전체적인 인상(20%), 안무(30%), 기술(20%), 일치성(30%)에 따라 점수를 매긴다”고 설명했다.

무용을 하다 말고 치어리딩을 택한 이유, 그는 이렇게 말했다.

“대학에서 처음에는 안경공학을 전공했었죠. 그런데 정말 춤을 좋아했어요. 그래서 현대무용으로 전공을 바꿔 편입해서 발레도 해보고 이것저것 다 했는데 춤을 추면서 뭔가 내 느낌이 사라지는 것 같아 속상했어요. 그때 대학 은사인 이소영 감독님이 치어리딩을 소개해줘서 빠져들었죠. 부모님은 안경사 자격증이라도 따고 하라 했는데 과감하게 포기했어요.(웃음)”

치어리더는 야구장이나 농구장에서 몸을 흔들며 분위기 띄우는 사람이란 인식에 대해 보라씨는 “잘 몰라서 그러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국제적인 치어리딩 경기에 가보면 완전히 달라요. 채점표에 이 부분에서 뭐가 잘못됐고, 누가 빨랐고, 느낌이 어떻게 다르고, 그래서 점수가 이렇다는 식으로 자세한 설명이 있어요. 누구나 수긍할 수 있도록. 그 정도로 체계화돼 있는 거죠. 심지어 경기에 사용되는 음악에도 규정이 있습니다.”

혜림씨는 좀 더 도발적이다.

“우리나라에선 치어리딩이 여성의 몸매나 드러내는 성의 상품화로 치부되지만, 미국과 캐나다에선 우등생들이나 할 수 있는 운동이에요. 경기 규정에도 가슴골이 드러나거나 노출이 심한 옷차림은 할 수 없게 돼 있어요. 그런데도 국내에선 은근히 그런 걸 원하죠. 경기장에서 응원하는 것도 치어리딩이 맞지만, 좀 더 들여다보면 기술과 안무를 겨루는 당당한 경기예요. 일부러 더 악착같이 연습했어요. 우리가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상을 타면 이런 인식이 좀 바뀔까 해서요.”

두 사람은 지난해에도 이 대회에 출전했다. 그땐 너무 경험이 부족해서 대회장에 하루 전 도착해 시차적응은 고사하고 리허설도 제대로 못하고 시합에 나갔다. 그런데도 동메달을 땄고, 이번엔 우승을 했으니 “우리 정말 가능성 있는 거 아니냐”고 반문한다.

일본과 중국은 이미 치어리딩 분야에서 한국이 당분간 따라잡기 힘든 수준에 올라 있다고 한다. 이번 대회에 양국은 각각 100명 가까운 대규모 선수단을 파견했다. 기술 격차도 최소 10년 이상 벌어져 있다.

보라씨는 치어리딩을 생활체육 차원에서 연구 중이다. “요즘 학생들 운동부족이 정말 문제잖아요. 특히 여학생들은 정말 심각해요. 제가 서울 문현고등학교에서 댄스치어리딩을 가르치는데 효과가 커요. 쭈뼛쭈뼛하는 아이들을 열심히 뛰게 만드는 데 이만한 운동이 없는 것 같아요.”

이제훈 기자 parti98@kmib.co.kr